실패할수록 성공한다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9-11
조회수
57

출처: MakerEd 홈페이지


헬스클럽(health club)은 이름 그대로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다. 집에서 매트 한 장만 깔아 놓고 맨손 운동을 해도 상관없지만, 굳이 돈과 시간을 써가며 몸을 만들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비빨’ 때문이다. 이두박근을 키워 주는 아령, 가슴을 두껍게 해주는 벤치프레스, 허벅지를 튼튼하게 하는 레그익스텐션을 이용하면 특정 부위를 집중해서 키울 수 있다. 지루함도 덜하다. 게다가 옆에 몸 좋은 사람이 있으면 괜히 경쟁 심리가 발동해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도 마찬가지다. 여긴 메이커들만의 공간이다. 집에서는 나사와 전동드릴로 이케아 선반 하나 만드는 것이 전부기만, 여기선 나만의 물건을 얼마든지 ‘창작’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가미돼 만들 수 있는 것이 더 다양해졌다. 3D프린터, 레이저커터, 아두이노 같은 디지털 기반 도구를 활용하면 미니카부터 드론까지 움직이는 장난감 제작도 가능하다. 3D프린터, 레이저커터로 소재를 가공해 모양을 만들고, 두뇌 역할을 하는 아두이노를 붙인 후 코딩으로 명령을 내리면 내가 원하는 대로 작동한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교육에도 활용된다. ‘메이커 교육’(Maker Education)은 실제로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부의 출발점은 자신의 관심사다. 일반 교육이 나중에 뭐가 필요할지 모르니 제반 지식을 골고루 배워 놓고 실제 적용은 나중에 하는 식이라면, 메이커 교육은 그 반대다. 해결하고 싶은 문제, 돕고 싶은 구체적인 대상이 먼저고 공부는 그다음이다. 예컨대 학교 계단이 너무 높아 오르기 지루하다고 느낀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해결책으로 밟을 때 음악이나 학교 공지사항이 나오는 특수 계단을 생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동 센서 기술을 공부한다. 나아가 코딩을 비롯해 ‘스팀’[STEAM.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예술(arts)·수학(mathematics)의 융합교육]의 제반 이론도 통합해서 학습해 나간다.


뭐든 멋진 걸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지만 사실 실패할수록 더 많은 것을 배운다. 드론을 다 만들고 프로그래밍까지 했는데 의도대로 위로 날지 않고 자꾸 옆으로 쓰러진다. 이러면 제작 과정 전체를 되짚어 봐야 한다. 날개 각도는 정확한지, 코딩 명령어는 제대로 입력됐는지, 디자인이 공기 저항에 강한지 등을 따져 보는 것이다. 일반 학교처럼 일일이 챙겨 주는 교사는 없다. 스스로 문제를 찾아야 하고, 안 되면 동료의 도움을 받는다. 엄청 고생스러울 것 같지만, 학생은 이 전체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능력과 협동심,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


이처럼 메이커 교육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핵심 지식과 소프트스킬(soft skill)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유도한다. 내 손으로 원하는 것을 만드는 방식이라 주입식 학습보다 머리에 더 잘 각인되고 응용하기에도 유리하다. 이러한 장점 덕분인지, 메이커 교육은 지난 2005년 미국을 시작으로 중국, 일본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부 지자체와 교육청이 메이커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수십억 원을 들여 체험센터를 구축하고 3D프린터, 아두이노 같은 기자재를 사들이는 모습이다. 이렇게 지어진 메이커교육 센터는 메이커들의 사랑방으로서 미래 교육의 산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메이커 교육은 특정 공간, 특정 도구가 있어야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무 막대기 하나로도 메이커 교육이 가능하다. 고가의 장비가 있다면 더 많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것이 메이커 교육의 질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애플과 구글의 창업자들은 메이커 스페이스가 아닌 먼지 쌓인 차고에서 아이디어를 실물로 만들어 냈다. 미국의 메이커 교육의 아버지 데일 도허티는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나무젓가락이나 골판지를 활용하든, 얼마든지 메이커 교육의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과정이다”라고 말했다. 헬스장에 간다고 다 몸짱이 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노력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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