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치기 전에 고무판부터 두드려야 하는 이유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9-02
조회수
117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드럼을 배우려고 음악학원에 가면 강사가 드럼 대신 고무판을 준다. 메트로놈에 맞춰 3개월간 고무판만 두드리게 한다. 손목과 어깨에 힘이 빠지고 어느 정도 박자 감각이 생기면 그때서야 드럼 풀세트 앞에 앉게 한다. 4비트, 8비트 리듬과 필인 테크닉을 배우면 그제야 초보 드러밍을 흉내 낼 수 있다.


드럼뿐 아니라 모든 기술 습득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목공 조형물을 만들려는 사람은 통나무 깎는 법부터 배워야 하고 활을 쏘려는 사람은 호흡법부터 배워야 한다. ‘마린보이’ 박태환도 처음엔 발장구부터 시작했다. 훈련 없이 거저 얻어지는 기술은 없다. 그러나 어떤 활동은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 훈련 대상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사랑도 그중 하나다. 사회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프롬은 사랑이 빠져드는 감정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배워야 할 기술이라고 피력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우리가 사랑에 자꾸만 실패하는 이유는 상대가 이상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나의 기술이 부족한 탓이다. 사랑은 겸손과 객관적인 태도, 이성의 발달을 요구한다.


의사소통도 그렇다. 훈련이 필요한 영역인데도 배우려는 사람이 적다. 한국인끼리 한국말로 대화하는 데 뭘 더 배워야 하는 거냐고 물을 수 있지만, 사실 의사소통은 엄청난 집중력과 배경지식, 인내를 요하는 작업이다. 사람마다 살아온 배경과 성향, 가치관, 지식 수준, 관심사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질의 의사소통 없이는 세대 차이, 고부간의 갈등, 젠더 갈등, 직장 내 불통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서로 협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소통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임직원 간 자유롭게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오너 한명이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금은 모든 영역에 걸쳐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IT부서와 다른 사업부 직원들 간에 협업이 급증하는 추세다. 전통 마케팅에 빅데이터를 접목하거나, 인사부 채용 시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이때 양질의 의사소통은 부서 간 시너지를 발휘하게 한다. 소통은 기업의 생존에 필수 조건이다.


교육계도 이러한 사회·경제적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2015년 교육 과정 개정안에 학생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으로 창의력과 의사소통, 협업 등을 추가했다. 이 3가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으로, AI가 갖추지 못한 능력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창의력은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다. 의사소통과 협업은 이 창의력을 길러 내는 주요 수단이다. 창의력은 골방에 박혀서 생각만 한다고 길러지지 않는다.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치고 섞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자유로운 소통 문화를 지닌 구글이 창의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활용한 교육은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 주는 데 효과적이다.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협력하며 의사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게임처럼 보상(피드백)도 주어지기 때문에 그냥 대화하는 것보다 몰입도도 높다. 모 에듀테크 기업은 협업 게임으로 자신이 속한 팀의 공통 문제를 해결하면서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코딩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도 했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실감형 수업도 어색한 그룹 모임에 활기를 불어넣어 소통에 도움이 된다. 이 같은 디지털 콘텐츠는 드러머의 고무판, 수영선수의 물장구처럼, 소통의 기술을 마스터하는 첫걸음이 된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댓글 (1)
  • 김동* 2019. 09. 11

    소통의 기술에 대해 말하는 건가요. 요즘 저에 게 필요한 거 같아요. 반항하는 아들과의 대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