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0원 교육은 영원할까?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8-26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08-26
조회수
137

출처: 머신러닝 속성 코스 페이지



기업은 물건 하나를 비싸게 파는 것보다 회원 한 명과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유리하다면 기꺼이 손해를 감수한다. 당장은 손해를 볼지라도 일단 좋은 이미지를 깔아 놓으면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파는 것보다 고객의 신뢰를 사는 일이 기업 입장에서 훨씬 중요할 때가 많다.


IT 공룡 구글은 각종 서비스와 콘텐츠를 퍼주는 대가로 유저의 신뢰를 얻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특히 교육용 소프트웨어(SW) 부문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학생이 구글 ‘익스페디션’을 활용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로 박물관과 유적지 체험을 하고, ‘지스위트’(G suite)로 지메일과 캘린더 드라이브를 이용하며, 구글 클래스룸으로 수업자료를 공유하는 데 드는 돈은 모두 합쳐 0원이다. 사파리 몽타주(Safari Montage) 같은 교육용 SW를 전교생이 천 명인 학교가 쓰면 인당 한 달 사용료 5,000원, 일 년이면 6만 원으로 총 매년 6,000만 원의 돈이 나가지만, 구글은 천 명이든 만 명이든 공짜다.


하드웨어는 이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싸다. 학교에 판매되는 구글 크롬북은 18만 원이다. 애플의 교육용 아이패드(36만 원)와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10 교육용 노트북(22만 원)보다 저렴하다. 싼 게 비지떡일 것 같지만 각종 구글 앱과 교육 SW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스펙은 갖췄다. 가성비가 뛰어난 셈이다. 덕분에 크롬북은 각국 교육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특히 미국 초중고 교육시장 점유율은 58%로 단연 압도적이다. MS(22%)와 애플(12%)의 점유율을 다 합쳐도 구글 하나를 못 넘는다.


출처: AI 글 에듀케이션 페이지


구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부 직원들을 교육하던 콘텐츠까지 무료로 풀었다. 작년 3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을 배울 수 있는 사이트 ‘머신러닝 속성 코스’(developers.google.com/machine-learning), ‘AI 구글 에듀케이션’(ai.google/education)을 오픈했다. 사이트는 구글 연구원의 직강과 실습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글 버전이 있어서 영어를 못해도 시청할 수 있다. 구글은 작년에 인수한 AI기반 교육용 앱 ‘소크라테스’(Socratic)도 업그레이드했다. 과제물 사진을 찍어서 앱에 올리면 답을 찾아 주는 서비스에 이어 음성 인식 기능까지 추가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학생 수준에 맞는 1000여 개의 교육 가이드도 준비했다.


이쯤 되면 구글이 전 세계 교육을 조만간 석권할 것 같지만, 다른 기업의 추격 또한 만만치 않다. 애플은 창의성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패드 펜슬로 디지털 쓰기 경험을 살렸고, AR과 포토·사운드·비디오 편집 등 창의성 관련 기능을 추가했다. MS는 토론 플랫폼 플립그리드(Flipgrid), 과제를 공유하고 수업 주제를 토론하는 서비스 ‘초크업’(Chalkup)을 인수해 본격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T 공룡들 간의 경쟁을 긍정적으로 본다. 구글의 독주가 지속되는 것이 교육의 다양성 측면에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 기업에 교육 데이터가 집중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많다. 정보 유출 사고 한 번으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무료 서비스가 영원히 이어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 어느 정도 유저가 확보되면 일부 콘텐츠를 유료화하거나 정기 이용권을 판매할 수도 있다. 내게 꼭 필요한 교육을 싸게 받을 수 있다면 마다할 필요는 없지만,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구글의 모토를 액면 그대로 믿을 필요도 없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댓글 (1)
  • 김동* 2019. 09. 11

    구글의 교육 콘덴츠라 전혀 모르고 있던 정보네요. 감사합니다. 머신러닝 단기집중과정을 들어가 봤더니... 영어 공부 먼저 해야 겠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