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미디어 리터러시’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8-13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08-13
조회수
55

출처: BBC iReporter 페이지


기자는 팩트에 집착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다. 사실에 기반한 기사를 써 냈다면 누가 뭐라 해도 당당하지만, 확인이 안 된 내용을 급하게 기사화하면 죄스럽다. 꼬치꼬치 따져 묻는 버릇이 생기는 이유다.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따라 쓰다 보면 의도치 않게 가짜뉴스나 양산하는 ‘기레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팩트를 가려내는 작업은 지난하다. 경제지 기자의 경우 하루 동안 100개가 넘는 이메일을 받기도 한다. 이걸 다 기사로 쓰면 따로 취재할 시간이 없다. 중요해 보이는 것만 골라서 처리해야 한다. ‘최초 출시’, ‘세계 최고’처럼 과대 포장된 정보는 정말 그런지 뜯어서 내용물을 살펴본다. 노사 갈등, 최저임금처럼 입장이 엇갈리는 사안은 이해관계자의 말을 두루 들어보고 판단한다. 소위 말하는 ‘크로스 체크’다.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은 비단 기자만의 몫은 아니다. 모든 현대인이 지녀야 할 기본 소양이 됐다. 온라인상에 개인의 신변잡기는 물론이고 각종 저질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검증되지 않은 가짜 뉴스, 선정적인 영상, 소수자 혐오 발언 등이 포함된다. 이런 콘텐츠는 자극적이라 흡입력이 강하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특히 성장기 아동들은 저질 콘텐츠에 취약하다. 유튜브에서 본 내용을 별 의심 없이 믿어버리고 괴상한 세계관에 빠져들기 쉽다.


그래서 최근 급부상한 개념이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다. 각종 미디어 정보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주체성을 중시한다. 어른들이 모든 콘텐츠를 일일이 확인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직접 정보의 진위를 분별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질문하기다. 기자처럼 꼬치꼬치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면 가짜 정보에 휘둘리는 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영감을 제공한다. 역사상 소크라테스만큼 질문을 많이 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는 저잣거리를 다니며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를 통해 오류와 모순, 무지에 빠졌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하고 진리에 근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질문이 남이 아닌 미디어를 향하고, 진리가 아닌 사실을 추구한다는 점만 다를 뿐 핵심은 같다. 오류와 모순 너머에 있는 진실을 추구한다. 유튜브를 보면서 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 주장에 뒷받침하는 근거가 탄탄한지? 한쪽 의견만 강조하진 않았는지? 등을 물어보는 것이다.


다만 전업 기자가 아닌 이상 사사건건 따지고 살기는 어렵다. 한량(?)이었던 소크라테스와 달리 학생은 국영수 공부하기도 바쁘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기업, 기관들은 비판적 사고를 배양하는 속성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언론연구기관인 포인터(Poynter)는 “Want to be a better fact-checker? Play a game”란 제목의 글에서 게임처럼 즐기면서 배우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 7개를 소개했다. 그중 하나가 ‘BBC iReporter’다. 이 게임은 유저가 직접 BBC 기자가 되어 사진과 어떤 SNS 글귀, 정치적인 주장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실제 기자의 시각으로 정보의 경중과 진위를 따져 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실을 가장한 가짜 뉴스, 실제보다 과장된 기업의 광고, 논리는 없고 감정만 남은 혐오 발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모 언론사의 ‘팩트 체크’ 방송을 기다릴 필요 없이 본인 스스로가 팩트 체커가 된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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