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형 인재가 온다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7-01
조회수
287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미(美)의 기준은 바뀐다. 2009년 아이돌 그룹 ‘비스트’는 짐승남 신드롬을 일으키며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당시 ‘王’자가 선명하게 박힌 복근과 떡 벌어진 가슴은 멋진 남성의 상징이었다. 2015년엔 ‘뇌섹남’이란 신조어가 생기며 미남의 기준이 바뀐다. 몸매는 수수해도 똑똑한 남자가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양쪽 모두를 아우르는 ‘반전남’의 시대다. ‘뇌섹남’으로 유명한 하석진은 명문대 공대 출신인데, 알고 보니 몸이 근육질이다. 요즘 아이돌을 봐도 근육질 몸매에 곡까지 쓰는 싱어송라이터가 많아졌다. 몸은 체대인데 머리는 서울대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와 한 우물을 판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인재의 유형을 구분했지만, 지금은 양쪽 모두를 갖춰야 한다. 사회는 하이브리드 인재를 요구한다. 소위 말하는 ‘T자형’ 인재다. 공부를 농사로 본다면 넓은 범위의 땅을 얇게 경작하면서도 구덩이 하나는 깊게 파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인재상도 비슷한데, 교육부가 목표하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되려면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수학(Mathematics)을 통합한 스팀(STEAM) 교육을 받고, 그걸 연계해서 사고해야 한다.


이쯤 되면 학생들이 불쌍해 보인다. 여러 분야를 골고루 공부하면서도 하나는 정말 잘해야 하고, 각 분야를 융합까지 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보니 일부 학부모들은 일찍부터 아이들을 각종 학원에 내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은 아이들을 지치게 할 뿐이다. 무턱대고 자녀의 공부량을 늘리는 것은, 군대 선임이 아무 설명 없이 땅을 파라고 시키는 것과 같다. 넓은 땅을 경작하는 이유는 다양한 사고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에 뿌리를 내린 사람은 복잡한 현대 사회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 지식 간 융합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통로가 된다. 이는 인공지능(AI)이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만의 능력이다.


공부의 이유를 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학습법이다. 우선 주입식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다. 온실 속에서 자란 화초는 다양한 분야에 뿌리내리거나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는 모범생보다 ‘잡놈’이 될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잡놈은 행실이 나쁜 남자가 아니라 잡초 같은 사람을 뜻한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는 펠릭스 과타리와 쓴 <천 개의 고원>(1980)에서 리좀(Rhizome)을 언급했다. 리좀은 땅속줄기 식물로, 쉽게 말해 잡초다. 잡초는 수목식물과 달리 몸체 한 부분이 상해도 생존에 문제가 없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해 수목식물이 말라 죽을 때 잡초는 한 줌의 흙만 있어도 뿌리를 내리고 산다. 또 위아래가 아닌 옆으로 성장하며, 뿌리에 종속되지 않는다. 자생력과 유연성, 주체성을 모두 지닌 셈이다. 잡초의 특성을 지닌 학생은 시키는 것만 공부하는 범생이보다 T자형 융합 인재가 될 확률이 높다.


에듀테크(Edutech) 전문기업들은 잡초 같은 학생을 ‘역량 교육’을 통해 길러 내고 있다. 에듀테크 역량 교육은 주입식 교육과 결별했다. 학생이 자신의 실력과 관심사에 따라 공부하는 것을 지향한다. 인공지능(AI) 튜터는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습관을 길러 주고, 짜인 계획을 끝까지 완수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공부 시간이 길어지면 노래까지 불러 주며 힘을 북돋아 준다. 또 학생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 모르는 것은 반복 학습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흥미를 일으켜 학생이 자발적으로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역량 교육은 파야 할 땅을 선별하는 안목을 길러 주고, 깊이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추진력을 제공한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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