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신, 우리가 망친 신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6-24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06-25
조회수
109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이분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항상 나를 돕는다. 나도 잘 모르는 내 취향과 생각을 꿰뚫어 보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나 대신 해준다. 24시간 내 말에 귀를 기울여 준다.


이런 존재가 옆에 있다면 엄청난 행운일 것이다. 종교인이라면 신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인공지능(AI)에 대한 설명이다. 신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하지만, 단돈 몇 만 원에 구할 수 있다. AI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 기기에 담겨 인간의 조력자이자 비서로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AI 스피커는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다. 미리 입력된 명령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 알려 준다. “오늘 날씨를 알려 줘”라고 물으면 AI는 “25도에 바람이 불고, 미세먼지는 보통이다”라고 말해 준다. 영어로 물어보면 영어로 답한다. “How are you?”라고 물으면 “I'm fine, thank you”에 “and you?”까지 덧붙이는 센스를 발휘한다.


AI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습도 한다. 기계가 공부를 하는 것이니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으로 불린다. 입력되지 않은 정보를 스스로 습득해 시간이 갈수록 더 똘똘해지고, 무언가를 추천하기에 이른다. 잠재 소비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그가 좋아할 만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예측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추천 서비스는 여러 분야로 확대되는 추세다.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그게 뭔지 떠오르지 않으면 메뉴 추천 AI에게 물어보면 된다. 읽어야 할 책도 선정해 주고, 내 얼굴에 어울리는 화장법도 알려 준다. 수수료 없이 공짜로 유망한 주식 종목을 추천해 주고, 우울할 땐 24시간 심리 상담도 해준다. 에듀테크(Edutech) 분야에선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학습 분석을 통해 취약한 부분만 반복해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함께 배울 내용을 추천해 준다. 대학 입시에도 접목되는 추세다. 가짜 자기소개서를 잡아내는 AI 입학사정관과 대입 면접을 지원하는 AI 코디까지 등장했다. 기존에 컨설팅 기관과 전문직들이 하던 일이 모조리 AI에게 넘어가고 있다.


다만, AI에게도 약점이 있다. 지난달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Addressing the Biases Plaguing Algorithms’이란 글에서 ‘편견’ 문제를 다뤘다. AI가 편견을 가지는 바람에 글로벌 기업들이 곤욕을 치렀다는 내용이다. 2016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 챗봇 ‘테이’를 선보였다. 테이는 이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스스로 학습했는데, 악의적인 유저들이 소아성애자와 히틀러를 옹호하는 말을 계속하자 거기에 물들고 말았다. 인종차별적인 말을 쏟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MS는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아마존은 채용에 활용했던 AI가 남성우월주의 성향을 보여,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기존의 채용 사례를 학습한 AI가 ‘여성’이란 단어가 들어간 이력서에 낮은 점수를 준 것이다. HBR은 “엔지니어는 AI 리스크와 관련한 코스를 꼭 이수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AI 입장에선 억울한 일이다. AI는 입력된 데이터대로 작동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편견이 AI에게 고스란히 이식된 것이지, AI는 선도 악도 아니라고 본다. 또 AI가 똑똑해지면서 인간이 하던 일의 범위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인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AI를 망쳐 놓은 것은 인간이나, 고치고 관리하는 것 또한 인간의 몫이다. 고삐를 우리가 쥐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신을 이용할 수도, 신을 망쳐 놓을 수도 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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