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러닝 배우는 한석봉 어머니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6-17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06-17
조회수
220

* 출처: 이스크림홈런


“난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써라.” 한석봉의 어머니는 개성에 공부를 하러 갔던 아들이 갑작스레 돌아오자 ‘배틀’을 신청한다. 불을 끈 채 아들은 글을 썼고 엄마는 떡을 썰었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어머니의 승리로 끝난다. 석봉의 글씨는 삐뚤삐뚤했지만, 떡은 두께가 고르게 잘려 있었다. 큰 깨달음을 얻은 석봉은 다시 스승에게 돌아가 글공부에 정진해 신필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21세기판 한석봉 스토리는 좀 다르다. 주로 쓰는 언어가 코딩으로 바뀌면서 한자 하나만 팠던 석봉은 경쟁력을 잃었다. 어머니는 기계에 밀려 떡장사를 접었다. 각양각색의 떡을 만드는 3D 프린터가 개발되자 석봉 어머니가 잘라 낸 똑같은 모양의 떡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한석봉 어머니는 부모들이 참고해야 할 ‘솔선수범’의 모델에서 따르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가 됐다.


성공의 ‘테크트리’(Tech tree)가 사라졌다. 좋은 스펙→명문대→대기업→중산층→안정된 노후로 이어지던 인생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평생직장 개념도 사라진 지 오래다.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오늘 배운 지식의 유통기한은 5~10년으로 줄었다. 재취업은 기본이고 3차, 4차를 넘어 N차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대학교 4년 동안 배운 지식으로 한 직장에 20년 넘게 종사하고 퇴직 후엔 연금을 타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 보인다. 이쯤 되면 길어진 평균 수명이 축복이 아닌 저주다. 영국 BBC는 올해 초 ‘10 global megatrends facing education’란 기사에서 글로벌 교육 이슈를 다뤘는데, 그중 하나가 ‘기대 수명의 증가’다. OECD 국가의 경우 1970년 13년에 불과했던 은퇴 후 시간이 지금은 20년으로 늘었다고 한다. 웬만한 부자가 아닌 이상, 소득 없이 살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성인교육’(adult education)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규 교육을 마친 성인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부여해, 시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도 비슷한 개념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재교육이 절실한 사람일수록 그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자각하지 못하거나, 느낀다 해도 투자 여력이 안 된다. 공부엔 돈이 든다. 이런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들이 평생교육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평생교육 관련 예산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 교육 예산에서 1%에도 못 미친다. 선진국은 7~8% 수준이다. 저조한 참여율, 부실한 콘텐츠, 효용성 논란 또한 끊이지 않는다.


이때 온라인 교육이 평생교육의 구원투수로 등장한다. 각종 ‘핫한 기술’을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길을 터줬다. MIT와 하버드 등 미국의 명문대학들은 일찍부터 학습콘텐츠와 교수 학습 자료를 인터넷상에 공개하는 ‘오픈코스웨어’(OpenCourseWare)를 개설했다. 여기서 진행되는 강의는 모두 무료다. 유튜브 또한 평생교육의 장이다. 관심 분야를 검색하면 동영상 강의가 쏟아진다. 사무직에 필요한 일반 업무부터 코딩 같은 전문분야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최근엔 에듀테크(edutech) 기업들이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분석 과정을 개설하는 등 기업이 원하는 기술로 평생교육의 외연을 넓혔다. 관심만 있으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 기업이 요구하는 스킬을 얻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낮에는 떡을 썰고 저녁엔 머신러닝을 공부하는 어머니의 시대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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