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대화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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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19-05-24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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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소년이 맹수를 잡아먹은 보아 구렁이 그림을 그리고 어른들에게 무섭지 않냐고 묻는다.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냐”며 면박을 준다. 소년은 어른들이 알아볼 수 있도록 구렁이의 속을 그렸지만, 어른들은 이런 그림 따위 집어치우고 지리나 역사, 산수, 문법에 관심을 가지라고 충고해 준다. 화가가 되려 했던 소년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는 도입부에서 아이와 어른 간 잘못된 대화의 전형을 보여 준다.


상상력을 죽이는 것은 말 한마디로 충분하다. “니가 뭘 알아?” “시키는 대로 해”와 같은 부모의 말은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아이의 사고력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반면 올바른 대화는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성에 불을 지핀다. 유대인 가정의 대화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유대인은 아이를 하느님이 맡긴 선물이라 여기기 때문에 어른과 같은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한다. 그래서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마따호세프(네 생각은 뭐니)?”란 질문을 밥 먹듯이 한다. “학교 수업 열심히 들었니?” “친구들하고 잘 지냈니?”와 같이 모든 대답이 “네”로 수렴되는 닫힌 질문을 지양하고,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열린 질문을 지향한다.


유대인의 대화법은 토론에서도 빛을 발한다. 아이와 부모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는 문화는 ‘하브루타’란 토론 교육으로 이어졌다. 하브루타는 ‘나이와 계급, 성별에 상관없이 두 명이 짝을 지어 서로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 것’을 말한다. 유대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강의를 듣거나 문제를 풀기보다, 말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식으로 공부한다. 학생은 배우는 동시에 가르치는 주체가 된다. 이게 공부인지 말싸움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격렬한데 효과는 탁월하다. 찬반이 엇갈리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서로 다른 시각과 견해를 알게 된다. 두 가지 의견이 만나 제3의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토론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모으고, 스스로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길러진다. 하브루타는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에 불과한 유대인이 매년 노벨상의 30%를 쓸어 담는 원동력이 됐다.


하브루타는 우리나라에도 수입됐다. 인공지능(AI)이 단순 노무는 물론이고 지식 기반 직업까지 대체하는 상황에 이르자, 사고력과 창의력, 논리적 비판 사고를 기를 수 있는 토론 교육이 급부상했다. 최근에는 하브루타 토론 학원이 우후죽순 생기고 지도사 자격증까지 등장했다. 유대인 일반 가정에서 시작된 토론 학습이 우리나라에 와선 사교육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일부 학교들 또한 교사 재량에 따라 하브루타 수업을 도입한 것을 보면 토론 교육은 공교육에도 빠르게 적용될 전망이다.


온라인 토론을 주요 커리큘럼으로 하는 대학교까지 생겼다. 미네르바 대학이다. 이 대학은 지난 2014년에 개교한 ‘건물 없는 학교’로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힘든 학교로 입소문을 탔다. 합격률이 1.6%로 하버드나 예일대학 등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5.0%보다 낮다. 여기 입학한 학생들은 샌프란시스코, 서울, 베를린,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 흩어져 공부한다. 학교가 없으니 강의실도 도서관도 없다. 수업은 온라인에서 진행한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기보다 학생이 각자 공부한 내용에 기반을 두고 한바탕 토론을 벌인다. 시험은 따로 없고 토론 결과에 따라 성적이 매겨진다. 미네르바 대학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에듀테크(Edutech) 덕분에 20명 정원이던 토론 인원이 400명으로 대폭 늘었다. 오프라인 수업의 경우 참석 인원이 400명이면 토론은 꿈도 못 꾸고, 강의식 수업도 버거운데 이를 기술력으로 극복한 것이다. 학생이 학생에게 교사가 되어 주는 토론 수업 시대. 에듀테크는 토론의 물리적 한계란 봉인을 해체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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