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와 구찌 그리고 데이터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5-17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06-17
조회수
899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동네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것은 국제 원유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원유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들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값어치가 결정된다. 금과 은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은 물론이고 옷과 가방 같은 재화도 그렇다. 같은 운동화여도 리미티드 에디션이 비싼 이유는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사려는 사람은 수천 명인데 100개만 찍어 팔면, 가격이 몇 배가 뛴다. 구찌 같은 명품은 장인이 한 땀 한 땀 수제로 만들어 공급량이 제한적이라 비싸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예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는 5,000억 원에 이른다. 이처럼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희소성은 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데이터는 반대다. 데이터는 희소성의 법칙을 비껴간다. 데이터는 많을수록 빛을 발한다. 가령 개인이 거주하는 곳과 회사를 알면 연봉을 가늠할 수 있다. 기업은 이를 토대로 소비자의 수입 수준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 주는 맞춤형 마케팅을 한다. 보험사의 경우 회원들의 수입, 질병 여부, 자동차 보유 상황을 가지고 보험료를 산정하고, 식품 회사는 고객들이 언제 치킨을 먹는지, 치킨과 함께 마시는 음료는 무엇인지를 알아내 안주를 개발하기도 한다.


디지털화로 데이터가 쌓이는 속도와 양을 배가되자, ‘빅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빅데이터는 수치와 문자, 영상 등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말한다. 손 편지를 보내면 추억에 남지만, 이 메일을 사용하면 데이터로 남는다. SNS와 블로그, 유튜브, 온라인 전자상거래, 채팅 등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행위들은 눈 위에 발자국이 찍히듯 흔적을 남겼다. 별생각 없는 기업이야 그 눈을 방치하거나 골칫거리로 여겼지만, 영리하게 활용한 기업은 고객의 뒤를 따라가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먼저, 구글은 검색 플랫폼을 통해 고정 유저들을 확보한 이후 이메일과 오피스, 콘텐츠, 클라우드 컴퓨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각종 데이터를 빨아들여 왔다. 구글이 2006년에 인수한 유튜브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유저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 주는 식으로 서비스를 키웠고, 오늘날 요즘 세대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페이스북은 SNS, 애플은 앱스토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넷플릭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토대로 그들만의 빅데이터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데이터는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 원유”라며 데이터가 주도하는 미래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각 영역에서 최고가 된 글로벌 IT 기업들은 교육 시장에도 발을 내밀었다. 각종 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학습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 있기 때문이다. 1교시 영어는 구글 선생님, 2교시 수학은 아마존 선생님이 진행하는 시간표가 나올지도 모른다. 마침 학생들이 종이책 대신 디지털 교과서를 이용하는 추세다. 빅데이터가 활약할 수 있는 토대도 만들어진 셈이다. 학생이 디지털교과서를 클릭할수록 데이터가 쌓여 학습 능력을 평가하거나 약한 부분을 지도해 주는 멘토링이 가능해진다.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명품 가방처럼, 학생 개인만을 위한 지도가 이뤄지는 것이다. 명품은 워낙 고가라 구매에 부담이 따르지만, 빅데이터를 통한 명품 수업은 그 반대를 지향한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의 빅데이터 기반 교육 프로그램은 아예 무료다. 우리나라에서도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학습이 봇물 쏟아지듯 나오고 있다.


다만, 빅데이터 교육이 만능은 아니다. 개인별 학습을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장점 이면에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나친 신뢰가 인간을 다루는 교육 분야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빅데이터 분석 또한 통계에 의한 추론일 뿐 진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가 많다고 다가 아니다. 방대한 데이터 중 필요한 것만 골라내 융합하고, 그 결괏값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핵심이다. 빅데이터 기반 교육이 실제로 학생의 실력 배양에 도움이 되는지 지속해서 관찰해야 하는 이유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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