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동심 파괴? “눈 오는 날에도 공부해라”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19-05-10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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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IT 기술의 발전은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대가로 개인의 자유시간과 낭만을 가져갔다. 카카오톡은 문자 시대엔 경험하지 못했던 그룹 채팅과 감정 표현을 가능하게 했지만, 직장 상사의 시도 때도 없는 업무 지시를 불러왔다. 퇴근 후와 주말까지 이어지는 카톡 지시로 스트레스 받는 직장인들이 많아지자 국회에선 ‘카톡 금지법’까지 검토 중이다.


아이들은 더 힘들 것 같다. IT 기술의 발달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유비쿼터스 학습’(Ubiquitous Learning)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공부할 수 있는 시대다. 직장인은 퇴근이라도 하지만 아이들은 퇴근도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고 집에서는 온라인으로 학습한다. 선생님은 학교에만 있어서 저녁이나 주말엔 볼 수 없었는데 이제는 태블릿과 스마트폰, 노트북에 각 분야 최고의 선생님이 밤낮없이 대기 중이다.


영국 BBC방송은 이처럼 고단한 학생들의 삶을 “NO escape as ‘snow day’ becomes ‘e-learning day’”(2019년 1월 16일 자)란 위트 있는 기사 제목으로 풀어냈다. 이는 ‘눈 오는 날이 온라인 학습 날로 바뀌어 (공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도로 해석이 된다. 미국은 눈이 오거나 폭풍이 몰아치면 사람이 파묻히거나 저 멀리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기상 악화가 예고되면 학교들은 일제히 휴교를 해왔다. 눈 오는 날은 곧 집에서 노는 날이었던 셈이다. 눈발이 좀 그치면 아이들은 야외에 나가 눈사람을 만들거나 썰매를 탔다.


그런데 태블릿이 보급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이나 영국, 유럽 유초등 학교들은 구글 크롬북이나 애플의 아이패드 등 IT 기기 이용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인디애나, 조지아, 네바다 등 일부 주들은 천재지변으로 휴교가 불가피할 경우 IT 기기로 재택 학습을 진행한다. 눈이 쏟아지든 폭풍이 몰아치든 공부는 계속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쓰던 태블릿을 집으로 들고 가 교과 공부를 이어간다. 숙제도 있다. 단순히 온라인 강좌를 듣는 수준이 아니다. 교사는 온라인상에서 실시간으로 아이들이 출석했는지 체크하고 대기하고 있다가 질문에 답변해 준다. 말이 휴교지 학교 수업보다 더 타이트해 보인다.


이쯤 되면 IT 기술이 무슨 족쇄처럼 보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카톡으로 업무 과부하를 일으킨 상사가 잘못이지 카톡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주어진 기술을 누가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태블릿도 마찬가지다. 각 학생에게 태블릿이 보급되면서 눈 오는 날의 낭만이 사라지고, 아이들에게 ‘공부 폭탄’이 떨어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BBC는 태블릿 덕분에 보충 수업이 사라지게 됐다고 지목했다. 그동안 미국 고등학교들은 휴교한 날만큼 방학 때 보충 수업을 시켰다. 그런데 태블릿으로 재택 학습이 가능해지자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눈 오는 날의 낭만은 없지만, 방학 동안 자유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됐다. 인도는 천재지변을 이용하는 센스를 발휘하고 있다. 인도 학교들도 눈이 오면 태블릿으로 교육하는데, 이때 눈을 비롯한 자연 현상을 학습 주제로 선정한다. IT 기술 덕분에 학습을 방해하던 천재지변이 훌륭한 교보재로 변신한 셈이다. IT 기술은 사용하기에 따라 자유를 뺏기도 하고 자유를 주기도 한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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