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말해요
작성자
임국영 작가
작성시간
2019-01-14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19-01-14
조회수
161

입버릇이 당신의 문장을 망친다

“다 좋은데, 입버릇만 빼자.”

아직 학생이던 시절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지적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나름대로 자신 있게 내놓은 소설이었던지라 칭찬보다 지적을 먼저 들은 것이 충격이었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무리 그 말을 곱씹어도 그 저의를 가늠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고 고심 끝에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교수님이 대표적으로 지적한 문제적 문장은 이렇다.


‘그들은 차가 끊기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 문장을 일별한 지인은 고개를 갸웃하고 이렇게 말했다. 문어(文語)로 쓰여야 할 대목에 구어(口語)가 심해서 그런 것 같은데? 나는 평소처럼 무슨 말인지 다 이해했다는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가 지금 말한 문어가 타꼬야끼에 들어가는 그 문어는 아닐 거야, 그렇지? 그러고 보니 문어와 구어라니, 문어를 구우면 그게 타꼬야끼인데 말이지. 껄껄껄. 결국 이번에도 상대의 저의를 파악하지 못한 나는 지인에게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그는 펜을 들어 문장을 이렇게 고쳤다.


‘그들은 버스가 끊기기 전에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두 문장을 비교해서 읽다가 빡, 소리가 나게 손으로 이마를 치고 말았다. 아니, 세상에!


문어와 구어의 만남과 이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손끝으로 말하자

당신은 앞서 등장한 두 문장의 차이를 느끼는가? 그렇다면 혹시 그 차이점을 설명할 수 있는가? 처음 문장을 한 번 더 살펴보자. ‘그들은 차가 끊기기 전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지인이 고친 문장을 토대로 문제가 된 지점을 짚어 보자면 이렇다.


‘그들은 차가(그러니까, 어떤 차를 뜻하는가? 본인 소유의 차라면 ’끊긴다‘는 말이 어색하므로 물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뜻하는 것일 테지만, 이렇게 설명이 길어지는 것으로 알 수 있듯 부정확하고 모호한 어휘 선택이었다) 끊기기 전에 들어가야(어딜 들어간다는 말인가? 우리는 흔히 ‘집에 들어가야지’라는 표현을 관용적으로 ‘들어가 봐야지’처럼 줄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 지점의 실수는 그 줄임말을 그대로 끼워 넣어서 성의 없고 허전한 문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다고 했다.’


신비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여긴 문장이 수정을 거친 문장과 비교하고 나니 모호하게 보인다. 원인은 명쾌하다. 평소 버릇처럼 사용하던 말버릇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은 탓이다. 일상에서 직접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아무 문제없이 의미가 통하던 말이 문장으로 적히니 몹시 태만하고 배려 없는 말이 되고 만 것이었다. 이런 실수는 작문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다 싶을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러나 구어와 문어는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옳다. 그저 룰이 그래서, 라기보다는 이치가 그렇다. 이 형식을 지켜야만 읽을 때 좀 더 직관적이고 경제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리듬감이 형성된다. 구어가 함부로 섞인 문장은 이것이 읽는 말인지 듣는 말인지 헷갈리게 만들면서 문장을 불안하고 불균형하게 흐트러뜨려 버린다.

이 밖에도 자주 벌어지는 말실수로는 ‘안’과 ‘않-’을 적확하게 구분 짓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짓을 안 했다.’ 만약 이 문장이 소설 속 인물이 내뱉은 대사였더라도 어색한 감이 있지만 만약 지문이나 진술이라면 이 문장은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가 되는 편이 좋다. 부정의 의미로서 ‘안’이 먼저 등장하고 ‘그랬다, 울었다, 좋았다’ 등등 같은 동사가 뒤따라 나오는 것은 명백한 구어다. 입말이었으면 아주 자연스러웠을 이 ‘안’의 용례는 문장의 틀에 들어선 순간 아주 어색한 말이 되어 버린다. ‘안 그랬다’, ‘안 울었다’, ‘안 좋았다’보다는 ‘그러지 않았다’, ‘울지 않았다’, ‘좋지 않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명확한 문어다.

말을 꺼낸 김에 조금 더 살펴보자. ‘나는 오늘 집에 늦게 왔다’, ‘그는 어제 갔다’. 자, 구어로는 별 문제가 없는 문장들이다. 이것들을 문어로 바꾸어 보면 이렇다. ‘나는 오늘 집에 늦게 도착했다’, ‘그는 어제 떠났다’. 수정된 지점이 눈에 띄는가? ‘왔다’와 ‘갔다’ 같은 동사를 문어에서 전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오다’, ‘가다’처럼 용법이나 함의가 다양한 동사는 보다 상황에 어울리는 디테일한 어휘를 찾아 주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수업종이 쳤다’, ‘음악을 틀었다’ 같은 문장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수업종이 울렸다’, ‘라디오(혹은 음향기기 따위)를 틀었다’가 돼야 한다. 종은 ‘치는’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두들겨지는 객체이므로 실은 틀린 말이다. 다음 문장으로, ‘틀다’라는 동사는 음향기기의 스위치나 버튼을 조작한다는 의미인데 그 조작의 결과가 ‘음악’인 경우가 많다 보니 어느새 관용어로 ‘음악을 틀다’라는 표현이 자리 잡은 듯싶다.

슬슬 머리가 아프겠지만 이를 일일이 외울 필요는 없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머리 아플 땐 의심하라.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의심하라

문어체에서 지양되어야 하는 구어를 일일이 암기하는 일은 어렵기도 할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는 무엇이 어색한 표현인지 직관적으로 깨달을 수 있다. 마치 음악을 듣는 도중 가수가 음이탈을 내거나 악기에서 불협화음이 나면 누가 알려 주지 않아도 눈치채고 마는 것처럼 말이다(물론 음치처럼 예외인 사람도 있을 테지만). 요점은 문어에 구어가 함부로 침범하지는 않았는가 하고 지속적으로 의심하고 검토하려는 태도다.

사실 처음 문장을 적어 내려갈 때부터 이 모든 것을 검열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작가들도 한 번에 구어와 문어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적어 내려가지는 못할 것이다(아닌가? 나만 그런가?). 초고를 작업할 때도 늘 유의해야 할 문제이나, 퇴고할 때 중점적으로 살피고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그러다 보면 언제부턴가 당신의 문장에서 잡음이 지워져 있을 것이다.



임국영 작가 | dlarnrdud89@naver.com

아침에 잠들고 밤에는 일하며 새벽에 소설을 쓴다. 농담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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