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만 받는 STEM 학교는 성차별일까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5-22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사회보장제도는 실업이나 질병, 재해 등의 이유로 생활에 위협을 받고 있는 개인을 돕기 위해 고안됐다. 나락으로 떨어져도 굶어 죽는 일만은 막기 위해서다. 실업수당, 최저임금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제도는 골프연습장 안전 그물망처럼 광범위하게 깔려 있다. 하지만 혜택을 보는 건 발을 헛디뎌 떨어진 사람뿐, 대부분은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이걸 두고 불공평하다고 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신도 언제 떨어질지 알 수 없고 사회 안정 차원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저소득층 학생들은 급식비나 생활비를 지원받는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을 때도 태블릿PC를 비롯한 핀셋 지원이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낮은 경제력을 지닌 가정, 또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거나 불공평 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성별을 이유로 특혜가 주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 텍사스에 위치한 파예트 공립학교(Fayette County School)는 성차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이 학교는 여성 전용 STEM(스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여성이 스템 분야에 특히 취약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스템은 과학, 기술, 공학, 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matics) 분야를 말한다. 학사 일정은 올가을에 시작한다. 대상은 초등학교 2학년 여아로 남아는 입학이 금지된다. 150명 정원인데, 진작에 다 찼다. 입학을 원하는 여학생은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해당 프로그램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해 나갈 여성을 육성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지만, 일각에선 성차별이라고 지적한다.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이자 'TITLE IX' 위반이라는 것이다. TITLE IX는 '학교 성차별 금지', '평등한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한 합법적 보장' 등 미국 내 교육계에서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미시간대 모 교수는 이 법을 근거로 남아들을 위한 스템 코스를 따로 마련하거나, 성별을 근거로 입학을 제한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교육 당국은 파예트 공립학교 스템 코스가 TITLE IX에 저촉되는지 들여다볼 예정이다.

 

사실 여성 전용 스템 경연대회가 있는 것을 보면 전용학교가 생긴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미국엔 ProjectCSGIRLS Competition, EngineerGirl’s Girl Essay Contest, Girls In Technology (GIT) Scholarships 등 7가지 대회가 있다. 모두 여학생만 참여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더 많은 소녀들이 STEM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데, 스템 분야에선 여성의 잠재력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학생만을 위한 방과 후 학교 캠프 'Girls Garage'(소녀들의 창고)도 있다.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9~17세 여학생들에게 스템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여성이 강점을 보이는 마케팅(M)을 스템에 접목해 'STEMM'을 교육하자거나 로봇이나 인형을 활용해 여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어린 학생이 같은 성을 롤모델로 여기는 특성을 감안해 여성 스템 교사를 대거 육성하는 것이 급선무란 지적도 있다. 이처럼 곳곳에서 여성 스템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템이 4차 산업혁명의 제반 지식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쥔 개인은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기업은 혁신 성장이 가능하다. 국가는 기술 우위를 통해 국부를 쌓아 가면서 사회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 특정 성별이 이 분야에 유독 취약하다면 기업은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국가는 이들에 대한 지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기업의 성장과 국부가 여성 스템 교육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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