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어렵다는 미신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5-15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20-05-15
조회수
21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수학을 못하게 태어난 사람은 없다. 모든 공부가 그렇듯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 수학은 어렵다는 인식을 뛰어넘어 두려움의 대상이다. 단순히 싫은 게 아니다. 무서워서 손을 덜덜 떨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학생들이 실제로 있다.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rogram; PISA)34개국에서 15, 16세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1%가 수학 문제를 풀 때 매우 긴장한다고 답했다. ‘긴장한다33%, ‘어느 정도 걱정한다60%로 나타났다.

 

긴장은 실수로 이어진다. 실수가 계속되면 좌절감이 커지고, 자신감이 사라진다. 이런 마음 상태로는 아는 문제도 다 틀린다. 틀리는 문제가 많아지는 만큼, 수학이란 과목이 싫어지고 급기야는 두려워진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를 느끼는 고소공포증처럼, 숫자만 봐도 절절맨다. 이런 학생은 어른이 되어서도 숫자를 멀리한다. PISA에 따르면 미국엔 수학에 막연한 불안감을 품고 있는 성인이 무려 93%나 된다. 한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BBCThe myth of being ‘bad’ at maths”(수학을 못한다는 신화)란 글에서 이 문제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세대를 이어 구전되는 신화처럼, 수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아이는 동네 어른이나 부모에게 들었던 제우스신의 이야기를 커서 후대에게 전하고, 그 자녀는 커서 똑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신화의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이다. ‘수학이 어렵다는 신화가 퍼지는 양상도 이와 같다. 어른은 수학을 어려워하고, 아이는 그런 어른을 보며 수학이 어렵다는 인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어른들은 수학을 마치 오르지 못할 난공불락의 요새로 설명하고, 거길 아이더러 올라가라고 한다.

 

학부모는 잘못된 신화의 시작이다. 아이에게 수학이란 옷을 입히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실수를 범한다. 수학이 어렵다는 인식을 의도치 않게 전파한다. 아이의 과제를 도와주면서 미간을 찌푸린다거나, 허둥지둥한다. 아이에게 나는 수학 머리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한다. 수학 실력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아이의 실력 부족을 물려받은 유전자나 지능 탓으로 돌릴 여지를 주는 셈이다. 그렇다면 노력이고 뭐고 아무런 소용이 없다. 어차피 자신은 수학을 못하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학교도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일부 교사들은 수학이 어렵다는 것을 전제하고 접근한다. 아이들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잔뜩 달아 주고 뛰라는 것과 같다. 결과 지향적 교육을 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어떻게든 맞는 답만 내면 된다는 식의 교수법은 수학에 대한 거부감만 높일 뿐, 실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데도 몇몇을 칠판 앞으로 불러 내 문제를 풀게 하고 틀리면 창피를 주는 행위를 계속한다. 시카고대학의 심리학 교수 시안 베일록(Sian Beilock)제한된 시간 동안 옳고 그름을 평가받는 인생 첫 경험이 수학 시간에 자행된다고 지적했다.

 

상처받은 마음은 위로와 공감으로 치유된다. 수학에 치인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값비싼 문제집이나 과외가 아니다. 지난 2014년 베이록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시험 전에 수학에 대한 불안감을 글로 써 보는 것만으로 학생들의 성적이 올랐다고 한다. 막연했던 불안감을 구체화하고 감정을 조절하니 수학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공립대학도 이 방식을 적용했다. 수학 공포증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쌓는 코스를 제공한다. 이 학교 수학교수는 불안이 어디서 오는지 탐구하고 대처하는 법을 가르친다. 우리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프로그램도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높여 준다. AI 교사는 문제를 못 푼다고 망신을 주지 않는다. 모르는 걸 계속 질문해도 귀찮아하지 않는다. 내 실력에 맞게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빨리 풀리고 독촉하지도 않는다. 인간 교사가 본받아야 하는 모습이다. 지식 전달자를 넘어 카운슬러 역할까지 병행하는 교사야말로 수포자’(수학 포기자)수능자’(수학 능력자)로 바꿀 수 있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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