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이기려면 수학을 잡아라

작성자 
박현선 기자
작성시간
2020-05-15

출처: 픽사베이


지난 55, 코로나19를 뚫고 한국 프로야구(KBO)가 개막했다. 대만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 개막이다. 무관중 개막이긴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마저 취소된 마당에 중계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야구팬들은 즐거워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같이 즐기는 뜻밖의 사람들이 있다. 머나먼 미국의 야구팬들이다.

 

미국 프로야구가 코로나19 여파로 무기한 개막 연기되면서 KBO에 관한 관심이 증폭한 것이다. 미국 방송사인 ESPN이 중계권을 무료로 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개막을 하루 앞두고 계약이 체결되면서 KBO는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됐다. 외신은 “BTS, ‘기생충’, 이번엔 한국야구라며 KBO가 새로운 한류 콘텐츠임을 알리기도 했다. 아쉽게도 12일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7월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MLB가 개막하면 KBO에 대한 인기는 사그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잠시나마 낯선 축제를 기념하며 오늘은 야구 개막을 기념한 야구 수학을 다뤄 볼까 한다.

 

야구와 수학은 뗄 수 없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는 말이 있다.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에도 물론 수학적 분석이 쓰이지만 특히 야구는 숫자와 떼놓고 생각하기 힘들다. 경기 중 발생하는 모든 상황을 수치화해서 기록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방향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분석이 단순 참고용 지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팀마다 전담부서가 따로 있어 확률과 통계를 실질적으로 팀 운영에 활용한다.

 

이와 같이 통계, 게임이론 같은 수학적 방법을 동원해 야구를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이론을 세이버메트릭스라고 한다. 세이버메트릭스라는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 낸 사람은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 고문으로 재직 중인 빌 제임스다. 야구와 야구 기록을 좋아했던 극성 야구팬 빌 제임스는 야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여러 지표를 연구했다. 그 결과, 득점과 실점 기록으로 팀의 기대승률을 도출하는 피타고리안 승률’, 선수별로 예상 득점 기여도를 산출하는 ‘RC’, 야수의 수비력을 평가하는 레인지 팩터’, 팀 수비력을 측정하는 ‘DER’ 등의 다양한 지표를 만들어 낸다.

 

소위 덕후들 사이에서는 세이버메트릭스가 널리 알려지고 연구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중에게는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던 중, 영화 머니볼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이 세이버메트릭스를 이용해 극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세이버메트릭스라는 개념이 야구계에 확실히 각인됐다. 빌리 빈은 직관과 선수의 시장 가치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하게 데이터를 바탕으로 팀을 꾸려 연봉 총액이 최하위였던 팀을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 팀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다.

 

수학적인 분석이 다른 스포츠보다 잘 맞아떨어지는 것은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 때문이다. 축구나 농구는 공격과 수비 상황이 실시간으로 변하고 넓은 공간 안에서 선수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계산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변수가 많을수록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반면 야구는 팀 스포츠임에도 기본적으로 투수와 타자의 1 1 승부가 주가 되는 스포츠다. 투수와 타자의 승부에서는 공간 변화가 없다. 제자리에 선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공을 친다. 또한 공격과 수비가 확실히 나뉘어 있고 턴제로 진행된다. 즉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경기 상황을 수치화하기도 쉽고 계산하기도 더 용이한 것이다.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야구 수학

류현진 선수가 타율 35푼을 치는 타자와 처음 상대해도 데이터 분석에서 나온 대로 던지기만 하면 거의 100% 삼진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한 반면, 추신수 선수가 요즘 야구에서 데이터에 의존하는 부분이 과도하다. 야구는 의외성의 경기다. 데이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고 이에 대응해 새로운 규정이 나오는 것도 달갑지 않다.”고 말한 것처럼 데이터 야구에 대한 시선은 사람마다 다르다.

 

전통적인 스포츠의 예측불가능성과 그에서 오는 희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세이버메트릭스에 대해 부정적일 수도 있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그러나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야구 수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포물선 궤도 방정식으로 정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의 자세를 분석하는가 하면 사람 손으로 다루기 힘든 빅데이터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기도 한다.

 

신동윤 한국야구학회 데이터분과장은 데이터는 신비로운 마법도 절대적 진리도 아니다. 대신 당신 야구 얼마나 해봤는데?’라고 묻지도 않는다. 그것은 편견 없는 소통의 언어이며 협력의 플랫폼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처럼 야구에서 데이터는 절대적이지도 무의미하지도 않다. 그러나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야구를 즐기는 또 다른 좋은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 점점 깊어 가는 수학과 야구의 관계처럼, 한국 야구와 전 세계 관중들의 관계도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깊어 나가길 기대한다.



박현선 기자 | tempus1218@donga.com

동아사이언스 <수학동아>에서 수학 기사를 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수학’이란 학문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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