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삶의 질 높이는 ‘마중물’ 될까
- 작성자
-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 작성시간
- 2020-03-31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기본소득, 삶의 질 높이는 ‘마중물’ 될까
코로나 19의 여파로 경제 침체가 계속되자 생계 위기를 지원하기 위해 ‘재난기본소득’을 주는 지자체가 늘고 있습니다. 재난기본소득은 전 국민 혹은 특정 소득 기준에 해당하는 모든 대상자에게 일회성 현금이나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전북 전주시는 취약계층 5만여 명에게 1인당 52만7000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대상은 일용직 노동자, 실직자, 생계형 아르바이트생, 택시기사, 시간강사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입니다. 강원도는 ‘긴급 생활안정 지원금’을 도민 30만 명에게 1인당 40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애초 기본소득은 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 소득을 지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외국에서는 기본소득 실험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1인 가정 기준 연소득 3만4천 캐나다달러(약 2983만 원) 이하인 빈곤층 40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기본소득 지급 실험을 했습니다.
18~64살 주민들 가운데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무작위로 선정하고, 다른 수입이 생기면 수급액을 줄였습니다. 온타리오주는 빈곤문제의 해결책이 될지 관찰하기 위해 대상을 빈곤층으로 제한했습니다. 사회적 불안과 혐오가 경제적 빈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 기본소득으로 최저 생계를 보장하면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입니다.
핀란드 정부도 같은 해 세계 최초로 중앙 정부에서 기본소득을 줬습니다. 25~58살 장기 실업자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약 72만6천 원)를 주는 실험이었습니다. 돈을 받는 사람은 비공개로 하고 어떤 곳에 돈을 사용했는지 묻지 않으며 2년간 개별 접촉도 하지 않았습니다. 캐나다와 다른 점은 일을 하든 하지 않든 동일 금액을 줬다는 점입니다.
한편에서는 기본소득이 실업수당처럼 노동자를 게으르게 만들어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합니다. 핀란드는 시기별로 추적하면서 기본소득이 ‘수급자 스스로 돈을 벌고자 하는 요인이 되는지’ 살펴봤습니다. 이들은 최소한의 생활이 유지되면 오히려 자유로워지며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복지제도가 돈을 받기 위해 가난을 끊임없이 증명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자존감을 하락시키는 부작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기본소득을 받으면 수급자가 생계가 아닌 유흥비 등 비도덕적으로 사용할 것을 우려합니다. 하지만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해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 수혜자를 분류, 관리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받는 사람은 특정 수당을 받기 위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일을 안 하기보다 꼭 필요한 부분에 돈을 쓸 수 있습니다.
서울시와 경기도 성남시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을 도입했습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주 30시간 미만 취업자, 기준 중위소득 150% 미만의 만 19~29살의 청년에게 최소 2개월에서 6개월까지 월 50만 원을 ‘청년 수당’으로 지급했습니다. 중위소득은 총 가구를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중간 값을 차지하는 소득의 가구를 뜻하는 말입니다.
경기도 성남시도 2016년 ‘청년배당제도’를 시행해 청년 3만1543명에게 1년에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했습니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살 청년이면 모두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성남시는 제도의 목적을 청년의 생계 지원이 아니라 ‘복지 향상과 취업역량 강화’라고 밝혔습니다. 청년이라면 일을 하든 구직 중이든, 취업 준비에 쓰든 취미 활동에 쓰든 제한을 두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할까요. 기본소득은 국가가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건 없이 보장해 주는 소득을 말합니다. 기본소득 성격의 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을 지지해 주고 보살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조건 없는 소득이 생기면 선택의 자유가 커질 수 있다고도 합니다.
‘마중물’은 수동펌프에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말합니다. 예전에 수동펌프로 물을 끌어 올려 품어내 식수로 사용하던 때 손님 마중을 나가듯 먼저 물을 부어 펌프질을 한 것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고, 일상을 누리며 삶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마중물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지길 바랍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