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숙제하고 학생은 낮잠… 中 원격교육 진풍경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3-19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먼저 온라인 수업에 들어갔다. 코로나19 발원지인 만큼, 당연한 일이다. 중국 비상 교육 프로그램은 ‘민관 합동’으로 진행됐다. 중국 정부가 시중에 흩어진 학습 콘텐츠를 클라우드에 집결하면, 알리바바 같은 IT 기업이 이를 각 가정에 신속하게 전송했다. 교사들은 딩톡 같은 플랫폼에서 정부가 모아 놓은 콘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원격수업을 열었고, 학생들은 마치 학교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짜임새 있는 수업을 이어갔다.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은 100점 만점에 90점을 줄 정도로 훌륭했다.

 

그러나 옥의 티가 없지 않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우리의 인생처럼, 원격학습이 진행되는 동안 학부모는 우울증에 걸리고 학생은 의욕을 상실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은 화면에 PPT를 띄워 놓고 육성으로 설명하면 충분히 수업이 가능하지만, 예체능 수업은 달랐다. 가만히 앉아서 강의를 듣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체육수업이다. 중국 정부는 온라인 수업일지라도 매일 1시간 이상 운동하는 것을 강조했다. 이에 각 성의 체육 교사들은 국민체조와 팔굽혀펴기, 심지어 등반 영상까지 직접 만들어 올렸다. 화면을 오래 보고 있으면 시력이 악화될 것을 감안해, 눈알 굴리기 운동 수업도 마련했다.

 

체육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은 두 부류로 갈렸다. 교사의 영상을 곧이곧대로 따라하는 모범생들은 잘못된 자세로 90분 동안 몸을 쓴 결과, 온몸에 근육통이 생겼다. 학생들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격렬했던 체육 수업’이란 제목으로 영상과 글을 올렸는데, 여기에 2만 4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계속 뛰었더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내일 오후에 체육 수업이 또 있는데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쿵쿵 뛴다고 아래층에서 난리다. 애기가 자꾸 운다고 한다”. 반대로 낮잠을 자고 일어나 피로를 회복한 학생도 있다. 사실 학생들은 90분간 진행되는 수업 동안 딱 3번, 30분 단위로 자신이 운동하고 있다는 영상을 업로드하면 그만이었다. 딱 그때만 운동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거나 놀아도 아무도 몰랐다.

 

예체능 수업도 좌충우돌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수업에 슬리퍼 만들기가 나오는데, 미리 준비물 공지가 안 돼 부모들이 진땀을 뺐다. 딸이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받는 동안, 엄마는 집에 있는 소품을 활용해 어떻게든 슬리퍼를 만들었다. 완성품을 찍어서 올려야 과제를 이수한 걸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음악 수업도 여러모로 제한됐다. 각 가정에 피아노나 다른 악기들이 없는 탓에, 노래 가사를 지어서 제출하는 정도로 끝났다. 학생이 노래 가사를 만들어 교사에게 보내면, 교사가 이걸 활용해 비디오 클립을 만들어 학교 홈페이지에 업로드하는 식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 기기가 집에 없거나, 인터넷 환경이 아닌 결손 가정들이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0일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일부 시골 지역은 학생의 절반이 온라인 수업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부유층 가정은 각종 스마트 기기를 새로 구매해 완벽한 원격수업 환경을 갖췄다. 최신 기종의 컴퓨터와 프린터, 프로젝트에 신형 아이패드까지 사들였다. 실제로 올 상반기 아이패드 생산 주문이 작년 대비 20% 늘었다고 한다. 부에 따른 교육의 양극화가 발생한 셈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확산에 개학일을 4월로 연기하고, 온라인 원격수업 체계로 돌입했다. 전국적인 5G망, 정부와 교육회사가 준비한 교육 콘텐츠가 있는 만큼 성공리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나, 소외계층을 상대로 한 지원은 좀 더 세심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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