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원인은 5G 전자파?… 범람하는 가짜뉴스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3-05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학생들이 한 테이블에 앉아 호주 산불 영상을 본다. 불을 피해 도망가는 코알라 무리와 핏빛 하늘, 검은 재가 되어 버린 산림의 모습이 이어진다. 지옥도 이것보단 덜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자막이 올라온다. 6개월간 이어진 산불로 2,439채의 주택이 파괴되고 1,100만 헥타르의 산림이 소실됐다고 한다. 서울시 면적의 100배에 달하는 지역이 잿더미로 변한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지상 낙원 호주’ 영상을 시청한다. 호주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지닌 마지막 남은 낙원으로 소개된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오션로드,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 배리어 리프와 같은 명소가 줄줄이 나온다. 두 그룹의 학생들은 영상을 통해 서로 전혀 다른 호주를 경험했다.

 

미국 허버트 아이젠버그 중학교(Herbert S. Eisenberg Intermediate School) 학생들은 6학년이 되면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을 받는다. 한 주에 한 시간씩 3년 동안 이슈가 될 만한 영상을 시청하고 토론을 벌인다. 각기 다른 영상을 보는 이유는 습득한 정보에 따라 얼마나 큰 시각 차이와 편견이 발생하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실제로 영상에 따라 호주에 대한 평가는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첫 영상을 본 학생은 호주에 대한 연민을, 후자는 동경심을 품었을 것이다. 아이젠버그 학교는 편식하는 습관이나 불량 식품이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우리가 습득하는 정보가 생각을 제한하거나 오염시킬 수 있다고 가르친다.

 

학생들은 영상 비교와 더불어 질문하는 습관을 들인다. 기본 질문은 3가지. 1. 배포자는 누구인가?(Who is behind that information?), 2. 근거는 무엇인가?(What is the evidence?), 3. 다른 정보는 무엇인가?(What do other sources say?)로 나뉜다. 배포자가 누구인지 묻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난 정보 이면에 숨겨진 ‘꿍꿍이’를 간파하기 위해서다. 가령,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글을 봤는데, 배포자가 공화당 당원이라면 진위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 팔이 안으로 굽듯 공화당 당원이 같은 당 대선 후보를 밀어 주기 위해 ‘가짜뉴스’를 만들어 배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정보를 확인해 보면 도움이 된다. 소위 말하는 ‘크로스체크’다. 바티칸 교황청은 해당 글이 허위라고 밝혔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당연한 질문인데도, 습관이 안 되면 낭설에 쉽게 휘둘린다. 예컨대, 최근 영미권에선 ‘코로나19’ 발생 원인이 5G 초고속 인터넷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5G 시범지역인 중국 우한, 5G 1위 국가인 한국에서 코로나 발병률이 유독 높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근거라고 하기엔 논리가 빈약한데도 믿는 사람들이 수만 명에 이른다. 5G의 EMF 전자파를 코로나19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영국에만 2만 7,000명이 넘는다. 영국 BBC는 “Coronavirus: Fake news is spreading fast” 기사를 통해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하며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영미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가 쏟아지고 있고, 이를 그냥 믿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특정 연예인이 신천지 신도라거나 보건 마스크를 헤어드라이기로 말리면 좋다는 등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대다수의 시민들이 미디어리터러시 능력이 결여된 듯하다. 2018년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가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뉴스 해독자’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11%로 꼴찌 수준이었다. 덴마크가 51%로 1등이고 영국(45%)과 미국(34%), 일본(18%) 프랑스(16%), 말레이시아(15%)까지 우리보다 위였다. 교육열 1위, 대학 진학률 1위 이면에 숨겨진 우리나라 교육의 어두운 단면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윤석진 #기자 #코로나 #가짜뉴스
무료체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