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고 질문에 답하세요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20-02-06

출처: <뉴욕타임즈>


위 사진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질문에 답하세요.


1. What’s going on in this picture?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2. What do you see what makes you say that? (그렇게 얘기한 근거가 무엇인가?)

3. What more can you find? (더 찾을 수 있는 건 무엇인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열린 질문’ 3가지.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매주 월요일 ‘비주얼씽킹’(Visual Thinking) 코너에 사진 한 장을 게시하고 질문을 던진다. 답변은 댓글로 단다. 화면 하단에 코멘트 버튼을 누르면, 우측에 대화 상자가 열리는데 거기다가 본인이 발견하고 유추한 내용을 줄줄이 쓰면 된다.


실제로 한 독자는 “흑백사진인 걸 보니 1차 또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사진이네. 거친 지형에서 탱크가 얼마나 잘 기동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거야. 금속 캔은 거친 지형을 묘사하는 데 유용하거든”이라고 적었다.


같은 사진을 봐도 보는 눈은 제각각이다. 이 글 밑에 달린 다른 독자의 코멘트가 흥미롭다. “사진 속 군인들이 탱크의 능력을 시험하고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해. 다만 이 금속 물체들이 어디서 온 건지는 생각해 봤는지? 이것들이 마을 사람들로부터 노략질한 것인지, 전쟁에 승리하라고 기증 받은 것인지 생각해 봤니?”라고 질문한다.


비영리 교육기관인 ‘비주얼씽킹전략연구소’(Visual Thinking Strategies; VTS) 담당자도 한 마디 거들었다. “세계대전 때 일어난 일이라고 특정 지었네요. 흑백사진이기 때문인데, 사진에 그것 말고 시대를 특정할 수 있는 힌트는 없을까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많을수록 좋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사진 한 장이 참 많은 것을 해낸다. 사진을 매개로 3자 간 소통이 이뤄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독자는 몸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생각을 끄집어냈다.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되고 새로운 시각도 얻는다. 의사소통 능력과 협동심, 비판적 사고는 덤이다. 혹자는 달랑 사진 하나 본 것이 대수냐고 따질 수 있지만, 사실이 그렇다. 사진 한 장이 아니라 동그라미 하나, 직선 한 줄, 네모 한 칸만 있어도 그것이 생각을 이끌어 내는 매개체가 된다면 비주얼씽킹 학습 효과를 얼마든지 누릴 수 있다.


NYT처럼 이미지를 도구 삼아 생각을 이끌어 내기도 하지만, 떠오른 생각을 직접 그리는 방식도 많이 쓰인다. 비주얼씽킹에 정해진 방법론이 없다. 교육 전문가들은 그림을 그리면 표현력과 이해력이 향상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예는 무수히 많은데,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해리포터>의 조앤 K. 롤링이 비주얼씽킹에 큰 빚을 졌다. 예카테리나 월터가 쓴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면, 조앤 롤링은 책을 집필하기 전에 마법의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 봤다고 한다. JRR 톨킨도 중간계를 그림으로 그려본 후 <반지의 제왕>을 썼다. 책을 더 쉽게 파악할 수도 있다. <롤리타>의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율리시스>를 읽을 때 지도를 직접 그려 본 다음에야 비로소 내용을 이해했다.


글자가 들어가면 비주얼씽킹이 아니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다. 생각을 글로만 표현해야 한다는 ‘문자 만능주의’가 문제지, 문자 자체는 죄가 없다. 문자 또한 생각을 표현하고 촉진하는 효과적인 도구다. 그림과 적절히 조합하면 시너지를 발휘한다. 가령 범죄영화, 복수영화를 보면 화이트보드에 우두머리 이름을 써놓고 밑으로 선을 쭉쭉 이어 중간보스와 행동대원, 주변 인물들을 적어 놓은 관계도가 나오는데, 이 그림 하나면 복잡한 인맥상이 단번에 이해된다. 기억에도 잘 남는다.


비주얼씽킹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글보다 이미지를 선호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0대들은 140자 트위터보다 15초의 틱톡에서 더 큰 자유를 느낀다. 네이버 지식인보다 유튜브 인플루언서를 더 신뢰한다. 사진과 영상, 이미지로 구성된 교육 콘텐츠가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정작 교육현장에선 비주얼씽킹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다. 문자 위주로 교육해 온 관성이 남아 있어서일까. ‘글책은 좋고 그림책은 나쁘다’라는 이분법, 단편 지식을 전달하는 주입식강의가 교실을 지배하고 있는 한 비주얼씽킹은 남의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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