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이 던진 이야깃거리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19-12-27

(출처 : 셔터스톡)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겨울왕국>이 던진 이야깃거리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개봉 17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지난 21일 누적 관객 수가 1260만 1516명이었으며, 역대 국내에서 개봉한 외국영화 가운데 흥행 3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영화의 전편은 한스 안데르센의 1845년작 동화 <눈의 여왕>에서 모티프를 가져왔습니다. 모티프는 예술 작품을 만드는 동기가 되는 이야기의 재료나 생각을 뜻하는 말입니다.

 

2편 역시 이 동화에서 얻은 영감으로 세계를 그려나갑니다. 영화 속 엘사와 안나 자매는 전보다 훨씬 역동적인 액션을 선보입니다. 옳은 일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큰 결심을 하고, 스스로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며 변화를 끈기 있게 견디는 모습도 비춥니다. 이 영화는 힘 있는 여성 캐릭터와 메시지를 던지며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선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겨울왕국2>는 개봉 첫날 2,343개 스크린에서 1만 2998회 상영됐습니다. 전체 스크린 점유율은 39.7%, 상영 점유율은 63%였습니다. 개봉 첫 주 주말은 좌석점유율이 79%를 넘었습니다.

 

영화관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편성을 한 것뿐이고, 배급사와의 이익 관계로 특별히 편의를 봐준 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많은 관객이 원했기 때문에 상영관 수를 늘렸고, 특정 영화에만 혜택을 준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스크린 독점 논란은 외국 블록버스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올해 개봉한 국내 영화 중에서도 독과점 논란이 있는 영화들은 있었습니다. 시장의 논리에만 맡기면 인기 있는 상업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문화 다양성의 발전과 관객의 선택권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법제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대기업의 배급업·영화상영업 겸업 반대, 공평한 상영관 배정, 복합 상영관에서 동일한 영화의 일정 비율 이상 상영 금지 등입니다. 대기업이 영화 배급과 상영 사업을 같이 하면 아무래도 자신이 배급한 영화에 유리하게 상영관을 많이 줄 것이라는 것입니다.

 

‘스크린 상한제’ 도입도 주장했는데요. 인기 영화가 상영관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점유율의 최대치를 정하자는 것입니다. 미국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한 영화를 최대 50%까지 상영하게 하고 보통 30~40%를 넘기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법으로 스크린 상한선을 정해 한 영화의 상영 회차가 전체의 30%를 넘지 않도록 했습니다. 작은 영화의 성장과 영화 산업의 고른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인 셈입니다.

 

<겨울왕국2>의 인기 덕분에(?) ‘노키즈존’ 설치도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노키즈존은 영유아나 어린이의 입장을 금지하는 업소를 뜻하는 말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이들이 너무 떠들고 돌아다녀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불만이 인터넷 게시판에 퍼지며 노키즈존 논란을 키웠습니다.

 

노키즈존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일부 식당과 카페를 중심으로 생겨났습니다. 한 식당가에서 벌어진 사고로 아이가 다쳐 소송이 벌어졌습니다. 법원은 종업원과 식당 주인에게 대부분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고, 이후 일부 식당에서 ‘영업의 자유’를 근거로 본인의 재산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키즈존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일을 두고 모든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전체상영가이며 아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를 아이들이 볼 수 없게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정 집단에 대한 입장 금지는 ‘노노인’, ‘노장애인’, ‘노외국인’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차라리 ‘키즈존’을 만들어 일부 시간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입장하도록 하자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님에도 무조건 공간을 분리해 입장을 금지하는 것은 또 다른 아이와 부모에게 불편과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아니라 매너 없는 행동으로 민폐를 끼치는 어른도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어른이나 아이 모두 방해받지 않고 영화를 볼 권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 권리를 방해하는 요소는 그냥 없애자’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아이들은 원래 감정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집중력이 어른에 비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부주의하다면, 아이가 무례한 행동을 했을 때 올바르게 사과하는 방법과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논란을 계기로 아이들이 편하게 뛰놀고 자랄 수 있는 공간은 어떤 곳인지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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