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로 번지는 ‘학폭 미투’
작성자
최화진 기자
작성시간
2021-02-25
작성시간
업데이트 : 2021-02-25
조회수
538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중학교 때 동료 선수들을 괴롭혔다는 폭로가 사실로 드러난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국가대표 자격이 박탈됐습니다. 이들의 소속 구단인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15일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재발 방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학교폭력 가해자는 도쿄 올림픽을 포함 향후 모든 국제 대회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무기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일은 두 선수로부터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가해 사실을 공개해 논란이 커졌습니다. 폭력 사례는 돈 뺏기, 물티슈로 얼굴 때리기, 마사지 시키지, 부모 욕하기, 칼을 가져와 협박하기 등입니다. 이들로 촉발된 ‘학교폭력 미투’는 남자 프로배구 오케이(OK) 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 선수와 케이비(KB) 손해보험의 이상열 감독, 프로야구 선수 등의 과거 학폭 및 지도자 구타 건으로 번졌습니다.
 
이에 교육계와 체육계를 중심으로 대책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교육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학교운동부 징계 이력까지 통합 관리해 향후 선수 활동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배구연맹은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학교폭력과 성범죄에 연루된 선수는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면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학생 선수 때 폭력 등 사건에 연루된 선수라면 프로 신입 입단 자체를 막겠다는 뜻입니다.
 
일부에서는 학교 운동부 시절 저지른 폭력의 경우 구타와 선후배간 위계적 강압을 조장하는 합숙과 장시간 훈련에 따른 스트레스 등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나 스포츠 혁신 위원회에서는 학생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합숙 제도를 폐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초‧중‧고 운동선수 6만3211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4.7%가 신체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프로구단은 학교 폭력을 검증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현재는 개인정보 보호법 등으로 생활기록부도 열람할 수 없는 등 학생 선수들의 학교생활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등 프로종목 연맹은 프로에 지원할 선수에 한해 신체검사 결과나 생활기록부 첨부 등을 하게 해달라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미성년 시절 저질렀던 잘못으로 성인이 돼서 처벌을 어디까지 받아야 하나, 국가대표 박탈이나 무기한 출전 금지 등의 징계 수위가 너무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당시 가해를 저지른 선수들이 합당한 징계를 받지 않았거나 징계를 받았어도 진심 어린 사과가 없었다면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을 겁니다.
 
이번에 밝혀진 사건만 봐도 폭력의 시기나 양상은 달랐지만 모든 피해자들이 시간이 흘러도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학교 폭력 피해학생의 부모가 꾸린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등은 이번 ‘학교폭력 미투’가 교육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사회적으로도 학교폭력이 잘못된 행위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피해자 지지 여론이 쉽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과거에 저지른 폭력일지라도 결국 그 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다른 이들도 느끼게 될 거라는 의미입니다.
 
학교 폭력은 비단 배구, 야구 등 스포츠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예계는 물론 현직 경찰과 교육감 자녀, 어린이집 교사와 변호사, 방송기자, 태권도장 관장 등 길게는 20년 전에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미투가 사회 전분야로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교육부의 ‘2020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를 보면, 가해자들은 자신의 폭력을 장난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화풀이 또는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민한 시기 또래에게 물리적 혹은 언어적 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이후 오랫동안 신체적, 심리적 후유증을 겪습니다.
 
최근 계속해서 터지는 폭로들은 학생 시절 학교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고 지독한지 보여 주고 있습니다. ‘어려서 실수로’, ‘한때 잘 몰라서’라는 말로 덮고 지나치기엔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겪은 이들의 힘겨운 목소리부터 귀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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