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한 이유

작성자 
최화진 기자
작성시간
2020-12-30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정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소위를 열어 이 정부안을 놓고 심사에 들어갔습니다. 국회뿐 아니라 노동계와 재계에서 책임 범위와 적용 대상을 축소한 정부안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고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20201월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보다 처벌 수위를 높인 법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에게 징벌을 가할 목적으로 부과하는 손해배상입니다. 경제 분야에서는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19살 김아무개 씨가 출발하던 전동열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2018년에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작업을 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습니다. 산재 사망사고가 되풀이되고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소위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올해 1월 국회에서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산재사고는 줄지 않았습니다. 21조 근무와 위험설비 하도급 금지 등이 규정돼 있지 않고 경영자가 산업안전관리자를 지정한 경우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으며 처벌 수위도 약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습니다. 하도급은 경제적, 기술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있는 중소기업이 특정 대기업에 종속해 그 지배와 통제 아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일을 말하며, ‘하청이라고도 합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재 사망률 1위 국가로 한해 2200, 하루 5.8명이 산재로 사망합니다. 산업안전법 위반 재발률은 97%에 달하며, 중대재해사업장 처벌 가운데 실형 선고율은 0.4%, 기업이 이 법을 위반해 내는 벌금은 평균 450만 원입니다.
 
영국은 지난 2007기업 과실치사 및 살인법을 제정했습니다. 기업 등이 주의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범죄로 규정하고 벌금도 상한이 없게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내용입니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산재 사망률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중대재해법의 쟁점이 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인과관계 추정조항과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률 유예시간을 둘지 여부입니다. 인과관계 추정 조항은 재해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사업주에게 있다고 입증하기 어렵더라도 사고 이전 5년간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수사기관 등에 의해 3회 이상 확인된 경우 사업주가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등 사건 은폐를 지시한 경우에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정당과 재계는 두 조항이 과잉 처벌에 해당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사용자 단체는 불가능한 것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경영책임자는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반발했습니다.
 
정부안에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것은 물론 50명 이상 100명 미만 사업장 또한 2년 유예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를 두고 정의당과 노동계는 유예를 두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산재 통계를 보면, 산재보험 기준으로 50인 미만 사업자 노동자는 전체 59.6%였는데, 전체 사망자 가운데 77.2%의 비중을 나타냈습니다. 산재 사망자 10명 가운데 8명이 작은 사업장 노동자란 의미입니다.
 
학계 전문가들도 무조건 유예할 게 아니라 원청이 있는 경우 원청이 책임지도록 하고 영세 사업장의 경우 정부가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원청은 일정한 기간이나 시간 안에 끝내야 할 일의 양을 맡기는 기업이나 공장을 뜻합니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의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정이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고, 산재 사고가 일어났을 때 경영책임자에게 책임과 처벌규정을 강화해 산업 현장의 안전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시민사회 원로와 학계와 전문가, 일반 시민들이 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며 한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모든 노동자를 위한 법이기 때문입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중대재해법
무료체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