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7년 만에 노조 지위 되찾아

작성자 
최화진 기자
작성시간
2020-09-14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연재 소개 - < 미디어로 세상 펼쳐보기 >

정보를 접하는 통로가 전보다 다양해졌지만 대부분의 기사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뉴스를 읽고 잘못된 내용을 접하거나 댓글만 보고 왜곡된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 속 정보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가려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 신문, 인터넷 등 미디어에서 나오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올바르게 이용하는 것을 알려 줍니다. 이런 취지를 바탕에 두고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시사 이슈를 쉽게 풀어낼 예정입니다.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기만의 관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인으로 구성해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심판권을 행사하는 재판부입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을 다루거나 대법원의 기존 판결을 뒤집어야 할 경우에 대법관이 모두 모여서 판결을 내리는 모임입니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다음날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 통보’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따라 노동조합 지위를 회복했습니다. 단체협약 체결, 노동쟁의 조정 신청,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 등 노조법상 권리를 모두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전교조는 1989년 전국 교사 협의회가 주축이 돼 결성한 교사들의 노동조합으로 교육의 민주화와 참교육 실천 등을 내세우며 1999년 1월 교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합법화됐습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는 해직자 9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를 통보했습니다. 법외노조는 노동조합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조를 말합니다.
 
당시 전교조 조합원은 6만 명이며, 노조원인 해직 교원은 9명이었습니다. ‘부당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는 전교조 규약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교원이 아닌 자를 조합원에 ‘가입’시킨 것이 아니라 해직된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시킨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전교조가 전체 조합원 투표를 통해 고용노동부의 요구를 거부하자, 바로 노동조합법 시행령을 근거로 법외노조 처분을 통보한 것입니다. 이 시행령에는 “노조가 행정관청의 시정 요구를 기간 내(30일)에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당해 노동조합에 대해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으나 재판부는 1심과 2심 모두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후 대법원 3부에 계류된 있던 사건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습니다.
 
이번 전원합의체는 10 대 2 의견으로 법원노조 통보가 위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들은 전교조가 교원과 무관한 제삼자의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거나 모든 해직 교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며 “법 규정의 엄격한 적용만을 고집한다면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적응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실제 생활에 부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은 노동삼권의 실질적인 행사를 위한 토대를 허물어 버려 노조법의 존재 이유에 배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교조는 판결 이후 “가장 큰 교원노조인데도 법외노조 처분으로 그동안 교육당국과 교섭 테이블에 함께 앉을 수조차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직권 면직됐던 교사 34명이 하루빨리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정부가 조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직권 면직은 국가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공무원을 그 직위나 직무에서 물러나게 하는 일입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된 후 조직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부의 현장 복귀 명령을 거부했던 노조 전임자 34명이 직권면직으로 해직된 상태입니다. 7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들 가운데 1명은 이미 정년을 넘겼고, 3명은 내년에 정년을 맞습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실업자·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노동조합법 등 협약 비준을 위한 국내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심의·의결했습니다. 비준은 법률 조약을 헌법상의 조약 체결권자가 최종적으로 확인·동의하는 절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행하게 됩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관련법안은 노조법·교원노조법·공무원노조법 개정안입니다. 노조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실업자와 해고자가 기업별 노조에 일반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없는데 이를 허용한 것입니다. 교원노조법 개정안은 전교조 합법화와 직결된 사안인 ‘퇴직 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입니다.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현재 6급 이하로 제한된 노조 가입 직급 기준을 폐지하고, 소방공무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입니다.
 
경영계가 반대하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 노동조합법 개정안 논의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노동조합의 본질을 찾고 노동 환경 개선은 물론 세계 보편적 기준에도 성큼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최화진

아이들을 좋아하고 교육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한겨레 교육섹션 <함께하는 교육> 기자로 일하며 NIE 전문매체 <아하!한겨레>도 만들었다. 기회가 닿아 가정 독서문화 사례를 엮은 책 <책으로 노는 집>을 썼다. 현재는 교육 기획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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