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잘 쉬어도 수학 점수 오른다

작성자 
윤석진 기자
작성시간
2020-07-29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몇 년 사이 명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 명상 하면 인도의 토속 신앙이나 수도법, 사이비 종교 괴짜들만 하는 특이한 행위 정도로 여겨졌는데,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뀐 듯하다. 종교 색채가 쏙 빠진 지금의 명상은 부루마불의 쉬어 가는 코너와 비슷하다. 여기 걸린 플레이어는 남들이 땅을 사고 건물을 올릴 때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가만히 있는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남들 일할 때 쉬는 것이 손해일 수 있다. 하지만 명상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얻는 게 많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하는 직장인, 출산 후유증을 겪고 있는 산부, 군복무 중인 장병은 명상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 삶이란 톱니바퀴를 쉼 없이 계속 돌렸을 때보다 능률이 올라가는 셈이니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다.

 

명상이 이렇게 좋은 거면 아예 학교 정규 수업으로 도입하는 게 어떨까. 정신없이 사는 요즘 학생들을 보면 명상이든 뭐든 가만히 앉아서 쉴 시간이 절실해 보인다. 실제로 미국 학교에서 명상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에드소스(EDsource)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일부 학군은 명상을 학생의 스트레스 제어 용도로 활용 중이다. 대단한 명상 기법이 있는 건 아니다. 바닥에 앉아 척추를 곧추세우고, 무릎 위에 손을 살포시 얹은 뒤, 가슴을 하늘로 향하고, 눈을 감거나 밑을 살짝 보면 명상 준비가 끝난다. 이 자세로 5~10분간 가만히 호흡하며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이 학교생활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싶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명상을 통해 마음이 맑아진(?)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더 집중하면서 학업 성적까지 올라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지난해 하버드 교육정책 연구센터는 보스턴 차터스쿨 재학생(초중등) 2,000명을 상대로 8주 동안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명상이 자기 통제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학업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높은 수준의 명상은 더 나은 성적과 상관관계를 보였다. 수학과 영문학 시험 점수가 올랐으며 출석률도 높아졌다. 반면, 정학률은 감소했다"고 명시했다.

 

학생의 학업성적이 향상된 것은 명상에 어떠한 마법적인 힘이 있어서가 아니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훈련을 거치다 보니 학습 능률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 연구진의 질문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평상시 앞으로 일어날 일 또는 과거의 경험에 사로잡혀 있는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식'이 있는지, 아니면 자동으로 하는지?"를 물었는데, 명상을 경험한 학생들은 '현재' 하는 일을 '의식'해서 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명상 자체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명상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과정이다. 이는 인지심리학의 메타인지(meta-cognition)와도 맞닿아 있다. 메타가 '한 차원 높은 단계'이니 메타인지는 '생각에 대한 생각'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학습으로 따지면 학습에 대한 학습으로, 내가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인 셈이다. 아는 것이 뭔지 알면 그걸 더 심화시켜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모르는 것이 뭔지 알면 그 부분을 보충해 아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메타인지력이 높은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성적이 높아질 여지가 크다. 이런 면에서 공부를 해도 성적이 제자리인 학생은 잠시 펜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자신의 현재를 그저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을 법하다.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쉬어 가는 코너로 자청해서 들어가는 것이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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