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실에 '배 나온 아이들'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20-07-24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초·중·고 교실에 '배 나온 아이들'
중1·중3 학부모인 김지명(가명) 씨는 매번 끼니 때마다 햄버거와 김밥 등 간편식을 찾는 자녀들 때문에 걱정이다. 1학기를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보내고 있는 김 씨의 두 자녀는 집에서도 집밥 대신 패스트푸드를 찾기 일쑤라고 했다. 김 씨는 자녀들이 학원 서너 군데를 다니며 저녁 식사를 할 시간이 그동안 빠듯했던 탓에 길거리 음식을 먹도록 한 게 화근이었다고 했다. 그는 "학원 뱅뱅이를 하면서 아이들 식습관도 많이 깨졌다"며 "두 아이 모두 운동도 안 하는 편인데, 채소도 잘 안 먹고 편식이 심해져 약간의 비만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가지지 못해 건강에 경고등이 켜진 초·중·고교생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의 증가와 방과 후 학원 의존도가 높아진 추세를 타고 집밥보다는 길밥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2019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섭취한다는 학생은 초등학생 68.59%, 중학생 78.71%, 고등학생 81.11%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라면을 먹는다는 학생도 초등학생 78.30%, 중학생 88.28%, 고등학생 82.59%에 달했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학생 비율은 초등학생 5.64%, 중학생 17.56%, 고등학생 21.60%로 학교급이 오를수록 상승했다.

아침식사 결식률이나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라면 섭취율은 최근 5년간(2015~2019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수치상으로는 전 학교급에 걸쳐 패스트푸드·라면 섭취율은 늘었으며, 아침식사 결식률은 줄어든 추세다.

특히 권장 식습관 지표인 매일 채소를 섭취하는 비율은 모든 학교급에서 30% 미만으로 나타나 심각한 영양 불균형이 우려됐다. 우유·유제품 매일 섭취율은 초등학생 44.96%, 중학생 30.24%, 고등학생 21.29%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낮았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학생들의 이 같은 식습관은 과체중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초·중·고교생의 과체중 이상 비율(비만율)은 은 25.8%(비만 15.1%+과체중 10.7%)로, 최근 5년간 매년 1%p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등학교 남학생의 비만율은 29.6%로 가장 높았다.

신체활동 지표 중 주 3일 이상 격렬한 신체활동 비율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낮았다. 학교급별로는 중·고등학생이 최근 5년간 감소 추세인데, 고3의 경우 22.46%만이 일주일에 3일 이상 숨이 차거나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한다고 밝혔다.

학생 수 감소로... 공립 초등교사 줄인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고려해 공립 초등교사 신규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올해 3,916명 수준인 공립 초등교원 채용 규모를 매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 2024학년도에는 약 3,000명 내외로 지금보다 900명 이상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는 정부가 당초 계획을 수립한 2년 전보다 교육 축소시기를 6~7년가량 앞당긴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미래교육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교원수급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2018년 당시 중장기(2019~2030년) 교원 수급 계획을 발표했으나, 지난해 통계청의 장래 인구 특별 추계 결과 초등학생 수가 처음 예상보다 현저히 급감할 것으로 나타나 기존 계획을 수정했다.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30년 초등학생 수는 2018년 4월 226만 명으로 예상됐으나 지난해에는 23.9% 줄어든 172만 명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당장 내년 공립 초등학교 신규채용 교원 수를 기존 계획(3,880∼3,980명)보다 100명 더 줄이기로 했다. 2022학년도는 기존 계획보다 350∼450명 줄어든 3,380~3,580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2023학년도부터는 3,000명 내외를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반면 중등 교원의 경우 2년 전 계획 당시와 비교할 때 학령인구 변화가 크지 않아 2018년 4월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계획에 따르면 공립 중등 교원 신규 채용 규모는 2021년 4,290∼4,440명, 2022년 4,270∼4,410명, 2023∼2024년은 4,000명 내외다.

내년에 의대·약대 2,000명 더 뽑는다
현 고등학교 2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2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이 기존보다 400명 늘어난다. 여기에 그동안 학부 과정에서는 운영되지 않던 약학대학이 신규로 학부 신입생 1,600명을 선발한다. 이에 따라 입시 전문가들은 내년 대입에서는 2,000~2,100명 안팎 인원이 추가로 의대·약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학생들의 이과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진단했다.

2022학년도 한 해에 증원되는 의대 인원 400명은 현재 의대 모집인원인 2,977명의 13.4%에 달한다. 그만큼 상위권 이과 학생을 중심으로 입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모집 규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전국 38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2개 제외) 평균 모집인원이 78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5개 의대가 신설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고3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입을 기준으로 의대 정원이 가장 많은 곳은 전북대(141명)다. 그 뒤를 이어 서울대(135명), 조선대(126명), 부산대·전남대(125명), 연세대·충남대·한양대·경희대·경북대(110명) 순이다. 그 외에 성균관대나 울산대·아주대·가천대 등은 40명 수준이다. 정원이 가장 적은 곳은 을지대(39명)다.

특히 2022학년도부터는 약대 34개가 편입생이 아닌 학부 신입생으로 정원 내 기준 1,583명을 선발한다. 의·치·한의대와 수의예과, 약대 등을 포함한 의학 계열 전문학과 선발 규모가 기존 4,828명에서 6,811명으로 1,983명이나 늘어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입시 전문가들은 내년 입시에서 의대보다 약대 학부 증원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의대 400명 증원 가운데 300명은 지역에서 의무 복무 10년을 채워야 하는 '지역의사 선발 전형'으로 이뤄져 수험생의 관심도가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의대 증원 하나만 놓고 보면 규모 면에서는 엄청 큰 사안이지만 세부적으로는 의무 복무 10년이라는 제한이 걸린 정원이 많아 의대에 진학하길 희망하는 학생 사이에서도 관심도가 갈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기존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 사이에서 판도가 갈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별개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의학계열은 수시·정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을 반영하는 경우가 80%(2021학년도 기준 38개 대학 총 모집인원의 86.8%, 2,583명)가 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상위권 의과대학의 경우엔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당장 재수·삼수나 반수를 통해 의대 진학을 노리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상위권 이·공계열 모집단위에 진학할 성적이라면 반수나 재수를 통해 의대 진학으로 진로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최상위권 이·공계열은 입시 커트라인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진단도 함께 나왔다.



고민서 기자 | esms46@mk.co.kr

<매일경제신문> 교육 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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