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받는 나무’ 구글

작성자 
아이스크림에듀 뉴스룸
작성시간
2020-07-23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지난주 구글은 인도중앙교육과정(CBSE)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CBSE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대입 수능 출제 기관이다. 세계적인 기술·산업 온라인 매체인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구글은 CBSE와 함께 올해 말까지 인도 내 2만 2,000여 학교에 ‘블렌디드 러닝’을 보급할 계획이다. 온라인 원격 강의에 오프라인 토론, 심화학습을 연계한 온오프라인 수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7년간 100억 달러(11조 9,700억 원)의 자금을 쏟아붓기로 했다. 온오프라인 연계 수업을 하려면 인프라 구축부터 교사 재교육까지 돈 들어갈 곳이 많기 때문이다. 구글은 연내 백만 명 가량의 교사를 대상으로 ‘구글 지스윗’과 ‘클래스룸’, ‘유튜브’와 같은 교육 툴을 무상으로 가르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구글은 인도 카이발야교육재단(KEF)에도 100만 달러(11억 9,800만 원)을 지원한다. 이 돈은 센트럴스퀘어재단, 교사앱에서 70만 교사를 양성하는 밑거름이 될 예정이다. 아울러 구글은 인도 공영방송인 프라사르 바라티(Prasar Bharati)와 함께 소상공인들을 위한 '에듀테인먼트' 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다. 온라인 툴을 활용해 장사하는 방법을 쉽고 재미있게 전한다는 취지다. 인터넷 보급이 안 된 지역에서 TV, 라디오 같은 올드미디어를 통해 교육 콘텐츠를 전파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구글의 연이은 지원 약속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연상케 한다. 어린 시절 시원한 그늘과 놀이터, 열매를 제공하고, 나이가 들어선 앉아 쉴 수 있는 밑동이 되어 준 그 나무 말이다. 구글의 지원으로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학교, 재교육을 받은 교사, 블렌디드 러닝을 체험한 학생, 온라인 쇼핑몰을 차린 소상공인이 그 대가로 내는 돈은 한 푼도 없다.
 
하지만, 동화는 동화일 뿐 현실은 좀 다르다. 구글은 아낌없이 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받을 게 많다. 일단, 인도는 인구 14억의 세계 2위 대국으로, 소비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구글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스마트홈,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사업이 성장할 좋은 모판인 셈이다. 인도 내 인터넷 사용 인구 5억여 명은 모두 구글의 잠재 고객이다.
 
나머지 9억 명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알고 보면 이들이야말로 구글의 성장과 직결되는 주 수익원이다. 구글의 전체 매출에서 인터넷 광고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88%. 광고로 먹고사는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고 의존도가 높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 등 구글이 일찍이 진출한 선진국들은 광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웬만한 사람들은 이미 인터넷 유저다. 이처럼 인터넷 생태계로 새롭게 편입되는 인구가 줄어들면 광고 수익 성장세가 둔화돼 구글에 치명적이다. 구글이 광고주가 원하는 새로운 타깃, 즉 신규 유저를 모집하는 데 목을 매는 이유다.
 
이런 면에서 인도는 ‘기회의 땅’이다. 스마트폰과 온라인상거래, 웹서핑과 동떨어져 살아 온 자연인들은 인터넷 보급이 이뤄지는 족족 인터넷 생태계로 편입되며 구글의 든든한 성장 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기존 유저들과 달리 순수(?)하다. 인터넷 광고나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경계심이 낮다는 뜻이다. 기존 유저들이야 광고와 정보의 차이를 아는 분별력 있는 소비자로 성숙했지만, 이들이 이 정도 단계에 이르려면 한참 멀었다.
 
14억 데이터가 구글의 또 다른 자산이 될 가능성도 있다. 눈길 위에 발자국이 찍히듯, 구글 플랫폼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흔적을 남긴다. 가령, 발 사이즈, 신발 종류, 보폭, 가려는 곳 등과 같은 정보 말이다. 이러한 개인의 경향성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의미한 정보로 재가공해 쓰거나,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의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다. 어느 쪽이 됐든 기업 입장에선 금보다 귀한 자산이다.
 
이쯤 되면 구글을 ‘아낌없이 받는 나무’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특히 구글 플랫폼에서 공부한 학생은 커서도 구글 생태계에 머물며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서비스를 사 줄 가능성이 높다. 받은 것 이상으로 토해 내는 것이다. 인터넷 인프라가 깔리고 디지털 교육 환경이 구축되는 것은 국가의 미래와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구글 또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엄연한 사기업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공짜로 무언가를 얻는 경우 당신이 곧 상품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윤석진 기자 | drumboy2001@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교육산업 담당. 기술 혁신이 만드는 교육 현장의 변화를 관찰합니다. 쉬운 언어로 에듀테크 사업 동향을 가감 없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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